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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을 노려라! 건버스터>(1988)
감독: 안노 히데아키 / 성우: 히다카 노리코, 사쿠마 레이

오늘은 제가 감명깊게 봤던 애니메이션을 소개할까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도 최고의 애니메이션으로 꼽는 작품인데 제목은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1988년이라는 무척 옛날에 만들어진 작품이기 때문에 제작에 컴퓨터가 전혀 쓰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림체가 요즘 애니메이션과는 많이 달라서 처음 보면 좀 어색한 느낌이 들수도 있습니다. 마치 MP3만 듣고 자란 세대가 갑자기 레코드판 음악을 들었을때의 느낌과 비슷합니다.

21세기 초에 인류는 커다란 과학적 혁명을 겪게 됩니다. 마이크로 블랙홀에 대한 연구가 계속된 결과 마침내 블랙홀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을 화학적으로 변화시켜서 만든 아이스 세컨드라는 새로운 고체연료를 가열하면 가열한 부분에서 중력 붕괴가 일어나 마이크로 블랙홀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잘 통제하기만 하면 촛불이 타듯이 원하는 위치에 블랙홀을 안정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이론적으로만 알려졌던 축퇴 현상을 실험할 수 있게 되었는데, 축퇴 현상이란 두개의 블랙홀을 가까운 간격으로 만들어내면 그 중간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생성되는 현상입니다. 축퇴 실험이 성공한 뒤 인류는 축퇴로라고 하는 장치를 만들어냅니다. 이는 2개의 마이크로 블랙홀을 순간적으로 생성하고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분사할수 있는 일종의 추진장치입니다. 축퇴로가 발명되고 몇년 뒤 인류는 마침내 우주선에 축퇴로를 장착하면 우주선을 빛보다 빠른 속도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걸 알게됩니다. 이 혁명으로 인류는 태양계를 벗어나 자유롭게 탐험을 하는 우주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참고로 빛의 속도로 이동하면 지구에서 해왕성까지 4시간 정도 걸립니다.) 하지만 인류의 우주 탐험은 그리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태양계 밖을 탐험하던 우주선들이 우주공간에서 정체불명의 괴생물체에게 공격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것은 괴물의 형태를 하고 있고 우주공간을 이동할 수 있으며 괴물 한마리의 크기가 우주선 한대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곧 그 괴생물체에게 '우주 괴수'라는 이름이 붙여지고 인류는 우주에서 싸울수 있는 우주 전함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주인공 노리코는 고등학교 1학년 소녀입니다. 노리코는 오키나와 우주여자고등학교라는 곳에 다니고 있는데 이곳은 나중에 우주 군대에 들어가게 될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종의 사관학교입니다. 노리코의 아버지는 9년전 우주괴수 무리와의 전투에서 전멸당한 룩시온 함대의 제독입니다. 군에서는 아버지가 죽었다고 했지만 노리코는 아버지가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아버지를 찾기 위해 우주여고에 지원합니다. 우주여고에 들어오긴 했지만 노리코는 썩 뛰어난 성적을 보이지는 못합니다. 이론은 물론 탑승병기 조작에도 쩔쩔 매서 동급생들에게 놀림받습니다. 그런 노리코는 뭐든지 잘하는 3학년의 카즈미 선배를 동경하고 있는데, 어느 날 카즈미 선배가 노리코에게 열심히 하라는 말과 함께 머리띠 리본을 선물합니다. 노리코는 감격해서 열심히 노력하지만 역시 쉽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오오타라는 중령이 오키나와 여고로 와서 우주로 갈 2명을 선발하겠다고 합니다. 다들 누가 될지 궁금해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카즈미와 노리코가 그 2명으로 뽑힙니다. 사람들은 카즈미가 뽑힌것은 인정하지만 열등생인 노리코가 뽑힌것은 인정하지 않고 뭔가 부정한 방법을 쓴게 아닌가 의심하면서 괴롭힙니다. 그리고 카즈미조차 그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자 노리코는 자신이 우주로 갈만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괴로워합니다. 그 후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서 노리코는 마침내 우주로 가게됩니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주인공 2명이 모두 여자인데도 작품 장르가 '열혈물'로 분류됩니다. 열혈물이라는건 주로 소년만화에서 많이 나오는, 강한 액션과 대사로 보는 사람이 격한 감동을 느끼게하는 작품을 말합니다. 대표작으로는 '원피스'와 '슬램덩크'가 있고 로봇물 중에서는 '그렌라간'과 '가오가이거'를 들수 있습니다. 또 이 작품은 여자 주인공들이 예쁜척을 하는게 아니라 남자들보다 격렬하게 행동하고 싸울때는 괴성을 지르기도 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격렬한 연출도 일품이지만 제가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작품의 디테일입니다. 작품 전반적으로 어설픈 부분은 거의 찾아볼수 없을 정도로 굉장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고전 애니메이션인데도 완성도 측면에서는 요즘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세계관에 대한 세세한 설정과 그 설정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묘사되는 여러 장면들이 무척 정교하고 아릅답게 느껴졌습니다. 또 여러 장면들에 철학적 메세지가 담겨있어서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보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명작입니다.


이건 한 팬이 만든 뮤직비디오인데, 작품의 분위기를 상당히 잘 표현했습니다. 영상의 배경음악은 OST 곡 중 하나인 'FLY HIGH'라는 노래인데 이 노래는 주인공 2명을 연기한 실제 성우들이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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